"매수한 땅에 인접한 도로, 20년간 점유했으면 점유취득시효 완성으로 볼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동산 점유취득시효 관련 판례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자신이 소유한 대지에 인접한 도로의 점유 취득 시효를 주장한 사안입니다.
A씨는 본인 소유의 땅과 함께 도로점유 기간이 20년이 넘었으니 도로의 실질적 소유주인 B씨를 상대로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문제의 도로는 지난 1975년 4월, B씨가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모 지역의 도로 95.2제곱미터 중 1/6 지분입니다. A씨가 소유한 땅은 108.4제곱미터의 대지로, 1976년 6월 C씨가 B씨로부터 매수하고, 1990년 10월 D씨가 C씨로부터 구입했던 땅을 2003년 A씨가 매수한 겁니다.
A씨는 대지 위에 제2종 근린생활시설 건물을 지었고, 문제의 도로는 A씨가 지은 건물과 그 주변 거주자들의 통행로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A씨는 "C씨가 1976년 B씨로부터 대지를 매수하면서 도로도 인도받아 점유하기 시작했고, D씨는 C씨를 승계해 도로를 계속 점유했기 때문에 점유를 시작한 날로부터 20년이 지난 1996년 6월 1일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B씨는 D씨의 점유를 승계한 자신에게 도로 가운데 자기 지분에 관해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인데요.
그렇다면, 재판부는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재판부는 A씨가 도로를 통행로로 사용했을 뿐, A씨 외에 누구라도 자유롭게 도로를 사용할 수 있었다며, 20년간 도로점유에 따라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재판부의 판시 내용입니다.
물건의 점유란 사회 관념에 비추어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보이는 객관적 관계를 말한다. 반드시 대상물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에 있다고 보이는 객관적 관계를 말한다. 반드시 대상물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와 본권 관계, 타인 지배의 배제 가능성 등을 고려해 사회 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8266 판결 등 참조).
그 사정에 비추어 제출된 증거를 통틀어 보아도 C씨, D씨가 이 사건 도로를 20년 이상 점유해왔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A씨는 B씨로부터 이 사건 대지를 매수한 C씨가 매매 목적물에 이 사건 도로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믿었다고 주장하나, 아무런 증거가 없다. 지적도상으로 도로는 주변 대지와 경계가 뚜렷하고, 대지에 포함된다고 착각할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결국 C씨, D씨와 해당 도로와의 관계가 어떠한 분권에 기초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A씨 주장에 따르더라도, 해당 도로는 통행로로 사용됐을 뿐, 반드시 토지를 사실적 지배하고 있어야 지나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대지와도 맞붙어 있고, 보도블록으로 포장된 채 큰길과 연결되었으므로, 대지 소유주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자유로이 다닐 수 있다. 대지 소유권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배제하고 도로를 오로지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대구지방법원 2019. 5. 23. 선고 2018가단15700 판결]
위의 판결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A씨가 대지를 매수하면서 그 대지에 인접한 도로를 인도받아 20년간 점유함으로써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적도상으로 해당 도로는 주변의 대지와 경계가 뚜렷해 도로가 대지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A씨 주장에 따르더라도 도로는 통행로로 사용됐을 뿐, A씨 외에 누구라도 이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기에 A씨가 도로를 20년 이상 점유해왔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취득시효란?
부동산점유취득시효는 일정한 사실 상태가 지속된 경우 그것에 대해 일정한 효과, 그러니까 권리의 취득을 부여하는 것을 뜻합니다.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하고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이죠.
부동산을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한 자는 민법에 의해 점유부동산에 관하여 소유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하게 되며, 점유자가 취득시효기간의 만료로 일단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한 이상, 그 후 점유를 상실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시효이익의 포기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이미 취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습니다.
또한 전 점유자의 점유를 승계한 사람은 그 점유 자체와 하자만을 승계하는 것이지, 그 점유로 인한 법률효과까지 승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을 취득시효기간 만료 당시의 점유자로부터 양수해 점유를 승계한 현 점유자는 자신의 전 점유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전 점유자의 소유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을 뿐, 전 점유자의 취득시효 완성의 효과를 주장해 직접 자기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권원은 없습니다. (대법원 1995. 3. 28. 선고 93다47745 판결)
"20년 이상 점유한 남의 땅, 점유 취득 시효 주장하면 내 땅 될 수 있을까?"
그동안의 판례를 살펴보아도 오랜 시간 부동산을 점유해왔다고 해서 성립 요건 등을 살피지 않고 점유자의 취득시효를 바로 인정한 경우는 없습니다. 명목상이라고 할지라도 엄연히 토지소유권이 있는 땅 주인의 권리를 배제하고, 사실상 점유자를 소유주로 무조건 인정한다면 형평성 논란이 일어나겠죠.
실제 취득시효와 관련한 소송을 살펴보면 20년간 부동산을 점유했다는 사실 이외에 그 점유가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인지 그 여부가 쟁점입니다. 점유취득시효 요건에 부합하는 점유는 자신에게 소유권이 있다는 전제로 땅을 점유하는 자주점유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시효취득의 핵심이죠.
반드시 소유권이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남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자신이 소유자로서 사실상 지배하려는 뜻이 있어야 합니다.
반면 남의 소유한 땅인 것을 알면서도 점유하는 악의의 무단점유일 경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집니다. 또한 토지소유주가 불분명할 때에도 토지점유자의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