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이용 중인 공원 가운데 사유지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는지요. 여기서 말하는 사유지란, 말 그대로 일반인의 땅이라는 뜻입니다. 국가도, 지자체 소유도 아닌 일반 시민 소유의 땅인 것이죠. 그러한 땅 위에 공원이 조성됐습니다.
서울시 개봉동과 오류동에 인접한 #개웅산공원 의 일부분도 일반인이 소유한 땅이 포함돼 있습니다. 오류동과 개봉동 경계에 위치해있는 개웅산공원은 웅장한 산과 함께 조성된 근린공원인데요. 산 전체에 단풍나무, 소나무, 참나무 등 다양한 식생이 보존돼 있어 동네 주민뿐만 아니라 등산을 좋아하는 타 지역 분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개웅산근린공원에 연간 10만 명의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산과 더불어 체력단련장, 휴게시설 등도 잘 조성돼 있어 쉼터의 역할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일반 시민들에게는 안식을 주는 공원이, 개웅산공원 부지를 소유한 지주들에게는 큰 피해를 안기고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개웅산공원의 일부 땅은 이른바 '도시공원 일몰제'에 속하는 부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도시공원 일몰제는 20년 전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도시계획법 개정으로 도입됐습니다. 1999년 10월, 헌재는 '지자체가 개인 소유의 땅에 도로, 공원, 도시 등의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 침해'라며 도시계획법 4조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요.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다음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지되도록 했는데, 이 내용이 도시공원 일몰제의 골자입니다. 그래서 적용 시점인 2020년 7월 1일이 되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396.7제곱킬로미터 면적이 공원 용지로서의 효력을 잃게 되는 거죠.
20년 이상 집행되지 않은 전국 도시공원은 약 1900곳에 달합니다. 서울시에서만 최소 12조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올해 7월 1일 이전까지 전국에 있는 장기미집행 공원 부지를 모두 매입할 예산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16조5000억원을 들여 우선관리지역으로 선정된 130제곱킬로미터를 우선 매입하거나 용도를 제한하여 실제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죠. 서울시도 '모든 공원을 지키겠다'면서도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주민이용률이 높거나 난개발이 우려되는 구역을 우선적으로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보상 진행이 어려운 공원은 도시계획적 관리 취지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실제 도시자연공원구역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결재가 진행 중이며, 입법예고는 올해 초쯤으로 예정되고 있죠.
도시계획적 관리란, 도시공원을 공원 구역이나 경관지구, 보전녹지 등으로 지정하는 것을 뜻합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당장 공원 부지를 매수하거나 보상할 재정적 여건이 마땅치 않아 재량권을 행사한다고 보아도 무방한데요. 공원 부지를 소유한 지주들 입장에서는 사유재산권을 또다시 제재 받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서울시는 일부 매입 대상(2.3제곱킬러미터)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집행공원(52제곱킬러미터)에 대해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을 추진 중에 있으며, 지난 10월 주민열람공고를 완료하고 현재 지방의회 심의를 준비 중에 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 시 토지 소유자에 대한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시자연공원구역의 행위 제한을 완화하여 설치할 수 있는 시설물 종류를 확대하고, 매수청구 시 판정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12월 중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국토부에서 발표한 내용대로 시행령이 개정될 시 구역으로 지정된 공원 부지 소유주들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재산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현행법으로 구역으로 지정된 공원에서는 건축물을 건축하거나 용도를 변경하고, 공작물을 설치하고, 토지 형질을 변경하거나 토지를 분할하고, 나무를 벌채하거나 토석을 채취하는 등의 행위가 전면 금지됩니다.
또 구역으로 지정된 공원 부지를 매수청구할 경우 개별공시지가 평균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지만 매수가 가능하고, 설사 매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매수 가격은 용도상 제약을 받는 상태로 평가하게 됩니다. 여러모로 지주들의 손해가 크죠.
위에서 언급한 개웅산 근린공원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공원 구역 지정 위치는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 산16-18 일대'인데요. 구역으로 지정될 면적은 약 13만제곱미터에 달합니다.
법무법인 명경(서울)은 공원 부지 지주들의 사유재산권 보호를 위하여 서울시 등 지자체의 도시자연공원 구역 지정을 막기 위해 취소소송을 통하여 구역 지정의 위법성을 다퉈보고자 합니다.
구역 지정에 대한 처분 취소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는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명경은 서울시가 구역 지정에 따른 사업인정 고시를 내기 이전에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자 TF팀을 구축하여 힘을 쏟고 있습니다.
공원 구역 지정이 헌재의 사유재산권 침해 인정 판결에 위반된다는 것을 기반으로 위헌 여부 심판의 제청도 신청할 계획입니다. 대웅산공원 지주뿐만 아니라 국가에 의해 또 한 번 재산권 행사에 발목이 묶일 위기에 놓인 공원부지 소유주분들은 명경(서울)에 도움을 청하시기 바랍니다.
20년 전 헌법불합치 결정은 국가재정투입의 부담을 무릎쓰고서라도 개인의 재산권을 존중하라는 취지였습니다. 20년이 넘도록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개인에게 다시 그 부담을 돌리는 것은 도시공원 일몰제의 제도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 이러한 부분을 과연 국가가, 지자체가 이를 모르고 공원 구역 지정을 추진하는 것일까요?